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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은이니까,,

[환급챌린지 후기] 웹개발, SQL 수강 및 스온스 참여후기

by 능이버섯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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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과다.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며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지금 많이 읽는다는 뜻은 아님)

나는 수포자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포기했다. 5+9 같은 것도 내 수리능력에 확신이 없어서 몰래 계산기 두들긴다.

문과이자 수포자인 나는 이번 내일배움단에 합류하여 코딩과 SQL의 기초를 수강하고 있다.

수강후기를 쓰고 있지만 아직 수강 중이다.

모든 문과이자 수포자들의 특성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번 수강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튜터님은 이게 어떤 이치로 어떻게 소환되는 건지 외우지 마세요 필요하면 구글링하세요 라고 하시면서 명령어를 갑자기 적으신다.

근데 나는 이 명령어가 갑자기 왜 나온 건지 어느 상황에서 사용하는 건지 왜 그렇게 쓰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된 상태로 그냥 무작정 따라적기만 하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니까 수강 시작하자마자 매 회차가 가시밭길이다.

그나마 SQL은 프로그램과 명령어, 데이터 노출 등이 매우 직관적이라 헤맬 때가 없진 않았지만 눈치껏 이해할 수 있었고 무난하게 숙제도 제출해서 현재 4주차 수강을 남겨놓고 있다.

 

환급해준다는 말에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일단 수강신청부터 했는데 결과적으로 수료는 했다.

 

그런데 웹개발 종합반에서는 사용하는 명령어가 너무 많고 바디 태그를 썼다가 함수를 짰다가 개발자도구를 열었다가 왔다갔다 하니까 내가 눈치껏 이해하기엔 너무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진다. 계속 낙오하고 있다.

나는 코드를 암기하려는 게 아니다 이해하려는 거지.. 이렇게 써볼까요 하면서 갑자기 let 어쩌고 저쩌고 쓰시면 눈치껏 아 let을 썼다면 그 다음에 들어오는 명령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가보다 라고 눈치껏 이해할 수 있다.

.hide() 라고 쓰시면 숨기라는 건가보다 알겠다. 알겠는데...

let txt = $('#input-q1').val();
if (txt == '') {
    alert('입력하세요!')
} else {
    alert(txt)
}

 

솔직히 나는 2주차 이거 풀이할 때 진심으로 짜증과 함께 현타가 왔다.

나는 비전공자니까 당연히 못할 수 밖에 없지 그냥 새로운 걸 배워보는 거야~ 하는 긍정적인 맴으로 지금까지는 어려워도 재미있게 잘 듣고 있었기 때문에 강의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는데..

물론 이건 그냥 내가 들어놓고도 까먹었을 거다, 나는 기억력이 안 좋아서 메모하는 습관이 있으니까.

alert('입력하세요!') 이런 식으로 따옴표 안에 넣으면 그 문자열 그대로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alert 옆에 그냥 (txt) 라고 쓰면 그 txt가 뜬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그걸 몰라서 일주일 넘게 이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는 게, 그리고 구글링 백번을 했다는 게, 그리고 그렇게 구글링 백번을 했는데도 정답을 못찾아서 결국 포기하고 퀴즈풀이를 봤는데 답이 이렇게 간단하다는 것이 짜증나고 너무 현타가 왔다.

쉽게 풀고자 하면 되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했구나.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쉬운 길을 두고도 굳이 어렵게 코드를 짜려고 한 이유가 뭘까?

결론을 내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초가 없어서 그렇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초적인 명령어가 있는데 그 기초를 안 배우고 외우지 마세요 구글링 하세요 받아 적으세요 하면서 넘어가니까 아 길고 뭔가 멋들어진 걸로 써야 될 것 같아..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내가 의지박약이라는 사실은 이미 미취학아동 시절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라도, 나 스스로에게 어떤 의무감을 주고자 스온스 라는 것에 지원하여 2주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들과 온라인 스터디를 했다.

나는 퇴근이 빠르고 일찍 자는 편이기 때문에 7시 ~ 9시 그룹으로 신청했는데 이번 회차부터 8시 ~ 10시로 바뀌었다고 해서 조금 아쉬웠다.

동시에 같은 강의를 수강하면서 참여자들끼리 서로 질답하고 그런 걸 생각했는데 그냥 혼자 듣고 와서 같이 수다 떠는 거였다 ㅎㅎ 하긴 서로 진도가 다른데 동시에 같은 강의를 듣기는 어렵겠지..

2시간의 스터디지만 수다 떠는 시간이나 끝나고 수다 떠는 시간 합하면 실제로 공부하는 건 1시간 조금 넘는 정도였던 것 같다. 수다 떠는 시간은 즐거웠다. 다들 열심히 사시는구나 싶어서 경외심도 들고 의지가 되기도 했다.

제일 재미있고 신기했던 건 '나는 왜 이렇게 표현하는 건지 왜 이렇게 입력하면 이렇게 되는 건지 이해 안 되는데 강사님은 코드 외우지 말고 그냥 구글링 해서 적으라고 한다'는 것에 푸념하는 것이 나 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과인들이 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기수의 문과인들 중에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강의를 듣고 있다 보면 이해가 안 되어서 모르는 게 많았지만 사실 스온스가 모르는 걸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거 같다.

채팅으로는 질문에 한계가 있고 마이크를 켜거나 화면을 공유해서 물어봐야 될 거 같은데 그렇게까지 나서기엔 내가 너무 찐따이다.

매니저님께서도 되도록이면 슬랙을 통해 질문 부탁 드린다는 식으로 말씀하시고 말이다.

제일 문제는 물어보는 것도 내가 뭘 모르고 있는지 알아야 물어본다. alert(txt)에 충격받는 수준으로 뭘 물어보겠는가.

 

 

스온스에 또 참여하겠느냐고 물어본다면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하겠다.

사실 가끔 피곤할 때는 그냥 접속만 해놓고 누워있기도 하고 그랬지만, 스온스에 출석한다고 해서 무언가 보상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출석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 나를 컴퓨터 앞에 꼬박꼬박 앉게 해줬다.

그렇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수다 떨려고 참여하는 거지 공부를 배우기 위해, 질문하기 위해 가는 건 아닐 것이다.

 

전반적으로 강의 자체는 좋다. 사실 내가 못 따라가서 앙앙불락하는 거 맞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잘 맞는 학습법이라는 것은 없는 거 아니겠는가.

이 강의를 듣기 전에 무료강의로 코딩 개념 잡는 강의를 들었는데 아주 만족도가 높았다.

그런 것처럼 함수 기본 개념, 자주 쓰이는 용어 같은 걸 정리해서 알려주는 입문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창이었나 비전공자들이 앱개발 창업 부트캠프 하는 거 신청했다가 탈락했는데 천만다행인 거 같다.

이 실력과 이해력으로는 팀원들에게 폐가 됐을 게 분명하니까..

 

후기라기보다는 중기지만, 완강 후에는 좀 더 기분 좋게 글 쓸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능이버섯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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