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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도전

1종 보통 취득 도전 중, 강사랑 싸울 뻔한 썰 푼다

by 능이버섯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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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시험을 70점으로 통과한 후 23일부터 3일 간 기능 연습에 돌입했다. 하루에 2시간 씩 총 6시간.. 매일 다른 선생님이랑 수업을 해서 총 3명의 강사와 만났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 스스로 운전을 해보는 경험을 한 건데 바로 알게 된 사실들, 나는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라 머리로 생각해도 몸이 안 따라온다. 그리고 슬로우 스타터라 처음 돌 때는 진짜 개떡같이 도는데 좀 돌다 보면 고득점이 곧잘 나온다. 그러다가도 한 번 씩 집중력이 깨지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한다. (도보 위로 올라가기, 교차로에서 좌회전 해야 되는데 횡단보도 넘어가기 전에 핸들 꺾어서 역주행 할 뻔 하기 등등...)

첫 날은 브레이크 밟으라고 할 때 엑셀을 밟은 후로는 거의 선생님이 운전하다시피 해서 실전 연습은 거의 안 했다. 둘째 날은 최고 점수 95점을 찍긴 했는데 처음 코스 돌 때 경사로에서 시동을 7번 쯤 꺼트리고 계속 급브레이크 밟아댔더니 무슨 일 안 난다고 사고 날 일 없는데 깜짝 놀라서 급브레이크 밟아서 이러는 거라고 차를 멈춘다는 느낌이 아니라 가볍게 누른다는 느낌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손잡이를 꼭 잡고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날... 솔직히 나도 내가 못하는 거 안단 말이다. 기본 4시간 수업인데 나는 4시간으로 안 될 것 같아서 돈 더 들여서 6시간 수업으로 바꿨단 말이다. 근데 막상 몰아보니까 6시간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어제 서울은 비가 왔다. 주륵주륵.

1, 2번째 선생님의 가르침은 거의 비슷했다. 좌석에 앉을 때는 클러치 밟을 때 꽉 눌러도 힘이 들어가지 않게 바싹 당겨앉으라던가 앉자마자 사이드미러, 백미러부터 체크하라던가.. 코스 돌 때도 나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몇 번 느끼신 것 같은데 딱히 싫은 소리 안 하시고 조곤조곤 가르쳐주셨다. 내가 도로를 잘 돌고 있는 건지 가운데에 잘 들어가있는건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사이드 미러를 활용하라고도 했다.

근데 마지막 날은 달랐다. 처음 차 타자마자 바싹 앉는 나한테 그렇게 앉으면 힘들다고 최대한 뒤로 빼서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사이드미러랑 백미러 체크도 안 하고 다른 선생님들이 어떻게 가르쳤는지 모르니까 일단 돌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진짜 개떡같이 돌았다. 내가 생각해도 못한 거 아는데 앵간히 뭐라고 해야지. 그냥 긴장해서 그런가 봐요..ㅎㅎ 비도 오구...ㅎㅎ 그러면서 넘기려고 했는데 내가 탈선할까봐 신경쓰여서 계속 사이드 미러 보니까 왜 앞을 안 보고 자꾸 옆을 보냐고 어디서 배웠냐고 짜증을 내길래 한 바퀴 다 돌아갈 때 쯤 되니까 진심 빡이 쳐버림...

아니 제가 운전 처음 하는 거라 잘 모르고 밤에 비도 오고 긴장해서 잘 못할 수도 있는 거지. 모르니까 학원 다니는 건데 왜 짜증을 내세요? 그리고 선생님들마다 다 다르게 가르쳐주는데 누구 말을 들으라는 건데요. 누구는 바싹 앉으라 그러고 선생님은 멀리 앉으라고 그러고. 알면 학원을 왜 다녀요? 제가 탈선할까봐 걱정된다니까 보라고 가르쳐 주셔서 보는 건데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따다다 쏘아붙였더니 이렇게 짜증내는 수강생은 처음이었나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슬금슬금 그냥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모르니까 어떤 걸 주로 연습을 해야 되나 확인을 해야 되니까 그런 거라고 운전은 앞을 보는 게 중요한데 다른 걸 신경써서 그랬다 미워서 뭐라고 한 거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며 사탕줄까? 이러는 거다. 그래서 됐어요.. 했더니 굳이 먹으라며 쥐어줌. 그래서 사탕 뽀시락뽀시락 먹으면서 돌았다. 은근히 소심한 성격이신지 저 얘기만 계속 반복하심.. 대놓고 미안하다고는 안 하는데 미안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핸들 돌리는 법 같은 걸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내 맘대로 막 돌리다가 앞에 오는 2종 박을 뻔했는데 내 눈치를 보던 강사는 또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또 뭐였더라.. 아무튼 내가 또 미친 짓을 해서 지금 내 간 두 번 떨어졌다며 강사가 또 화를 냈다. 그렇지만 화 낼만 했다 이건.. 나도 인정한다...

그래서 핸들 돌리는 팁 같은 걸 가르쳐줬는데 아직 핸들 돌리고 풀고 하는 게 미숙해서 또 몇 번 탈선하고 혼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

계속 짜증과 사과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그래도 다른 강사들한테는 못 배운 내용들이 있어서 열심히 따라했다. 직각주차 할 때 직진할 때 선을 어디에 맞춰야 되는지 헷갈려 하니까 아 비 맞아야겠네... 그러고 내려서 막 설명을 해주고 다시 올라타더니 나 때문에 장갑 떨어트려서 다 젖었다고 짜증을 냈다. 세탁하세요.. 했더니 세탁해줄 거야? 하길래 저희 집은 건조기 없어요.. 했더니 뭐야.. 그러고 웃으셨다.

짜증낸 게 미안했는지 우산은 가져왔냐 어디 사냐 호구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우산 안 가져왔고 이 근처 사는데 일단 택시타고 가긴 할 건데 비 맞고 집에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아저씨(남편 말하는 듯) 나오라고 하지 왜.. 라고 하길래 결혼을 안 해서요.. 했더니 놀라더라. 그럼 아빠는? 하길래 혼자 살아서요 가족은 고향에 있어요. 했더니 고향이 어디냬.. 고향이 촌이라 그런가... 듣더니 땅 많이 있겠네 이럼 ㅋㅋㅋㅋㅋㅋㅋ 없어욬ㅋㅋ 했더니 그럼 돈을 잘 벌어서 서울에 혼자 사는가 보다 그랬다... 뭐 먹고 살 만큼은 번다고 했더니 근데 왜 1종 보통을 타냐고 했다. 지금은 먹고 살 만큼 버는데 나중에 배달이라도 할라면 트럭은 몰 줄 알아야 될 거 같아서 그랬다고 근데 걍 엄마 말 듣고 2종 할 걸 그랬다고 하면서 계속 코스를 돌았다.

미안함이 끝나지 않았는지 선물 가져왔다며 어디서 장우산을 가져와서는 집에 갈 때 쓰고 가라고 했다. 에? 아니요 괜찮아요 거절했는데도 쓰고 가라고 다음에 학원 올 때 슬쩍 다시 갖다놓으라고 했다.

아직 연습을 더 하기는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강사도 내가 슬로우스타터라 뒤로 갈수록 잘 몰고 또 많이 좋아졌다는 것에는 동의를 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한 바퀴를 돌았는데 100점이 나와서 황당해했다. 허참나... 하면서..

이제 화 풀으라고 하길래 화는 아까 풀렸다고 했더니 애교가 많은 사람 같은데 입이 쭉 나와서 화나있다고 하길래 집중하느라 그렇다고 하면서 정신없이 운전 연습을 했고 마지막 골인지점에서 화 안 났으면 웃으라고 그러길래 웃고 있어여 마스크 써서 안 보이는 거지 그러고 말았다.

 

정말 김첨지의 화신 같던 그 양반.. 그래도 많은 걸 알려줬다. 커브에서 돌 때는 그.. 뭐라고 해야 되지.. 그 부분이 선에 닿으면 크게 돌리고 2초 유지했다가 다시 돌리고.. 그리고 핸들 푸는 게 영 서툴러서 계속 중앙선 침범하려고 하니까 차라리 그냥 손에 힘을 빼서 핸들을 놓고 자동으로 풀리게 두라고 했다. 다른 선생님들은 나한테 핸들을 절~대 놓지 말고 꽉 잡으라고 했었다.

뭔가 앞에 2분은 FM으로 가르쳐주셨다면 이 분은 실생활 꿀팁 이런 느낌? 실력은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수업을 듣는다면 앞에 2분께 듣고 싶다. 그 분한테 다시 수업 듣고 싶지 않다 ^^ 돈 주고 수업 듣는데 기분 나쁘고 싶지 않거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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