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범잡을 보고 알게 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등록해야지 생각한지 5일 째..
오늘 오전에 등록하고 왔다.

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록했다.
순간 헷갈려서 국민연금공단 앞까지 갔다가 근데 국민연금에서 이런 걸 한다니 이상한데.. 싶어서 다시 체크하니 여기가 아닌가벼...
이 추운 날 지하철역 1개만큼 더 걸어간 에피소드는 덤이다.
상담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9시 땡하자마자 가려고 했는데 어버버 하다가 도착한 게 9시 30분 쯤?
나는 회사 근처 당산역 5번 출구에 바로 있는 국민건강보험 남부지사로 갔는데 1층에 가서 저기 사전연명..... 하니까 4층으로 가세요~ 하고 바로 안내해주셨다.
엘레베이터가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동선에 엄청 효율이 좋았다.
올라가서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사전연명... 상담하러 왔는데요. 했더니 잠시 기다리시라고 직원분을 부르신다고 했다.
상담실이 따로 있었는데 거기 상주하시는 건 아니신지 한 10분 정도 기다렸던 거 같다.
상담직원님께서는 이렇게 젊은 분이 온 건 처음이라고 했다.
보통 여기까지 등록하러 오시는 분들은 본인의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이 제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오시는 노인분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나도 충분히 인지하고 온 거긴 했지만 바로 등록해주는 건 아니고 상담 후 등록해주는 거라고 알고 있다고 상담 후에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일단 와봤다고 했더니 끄덕끄덕 하시며 달력 같은 걸 꺼내어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다.
내가 미리 알아보고 왔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생각에 변화는 없었기에 등록을 마쳤다.
이미 내 생각이 확고했고 인지하고 있었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상담에 큰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15분 정도 걸린 듯.
매일 많으면 10명 정도 신청하러 오신다고 했다.
내 생각에 변화가 있었다면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신청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었는데 나는 연명의료라는 게 의식불명.. 뇌사 상태.. 이런 상황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의식도 없는데 호스피스가 꼭 필요한가? 신청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호스피스를 신청하고 왔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도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호스피스라는 게 꼭 나를 위함이 아니라 가족들 또한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라도 신청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이걸 신청했다고 인터넷에 글을 쓰고 싶은데 견본 신청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쭸더니 찍어도 된다고 하셔서 찍어온 사진.

이것도 찍으라고 하셔서 찍어온 사진 ㅋㅋㅋㅋㅋ
카드신청이라고 적혀있길래 이건 뭔지 물어봤는데 그냥 별 의미는 없다고 하셔서 아 그냥 기념품 같은 건가용 그럼 저 신청할래요 해서 신청하고 왔당. 2~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해서 기다릴 예정이다.
신청서 중 등록기관의 폐업 휴업 및 지정 취소에 따른 기록 이관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허가된 의료기관이라면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적혀있는 항목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신청하러 간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기 때문에 저희는 폐업할 일이 없다고 하셔서.. 그렇죠.. 폐업하시면 나라가 어떻게 되었다는 뜻이니까... 라고 맞장구를 치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꼭 공단이나 보건소 가서 쓰라고 추천하기로 마음 먹었다 ㅋㅋㅋㅋㅋ

읽어보라고 주신 소책자. 보통 다들 궁금해 하는 내용은 다 적혀있다.
내가 상담 전에 제일 궁금했던 건 이걸 신청하면 혹시 사후 장기기증, 시체기증에 지장이 있는 건가? 궁금했는데 이건 그냥 더 이상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안 하는 것만 결정하는 거지 장기기증에 대해서는 별도 기관에 문의하면 된다고 했다.

책자에도 적혀있다.
보통 많이 오해하는 게 치료를 통해 호전의 가능성이 있는데 그 치료를 그만 둔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주치의와 전문의가 판단했을 때 더 이상 치료를 해도 그저 임종 전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하여 산소호흡기를 뗀다던지 투석을 중지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웰다잉, 즉 존엄하게 자연사 할 수 있게 선택하는 제도라고 했다.
의식이 없으면 뭐 그렇다고 쳐도 의식이 있는데 님은 가망이 없삼 3개월 남앗삼 이런 말 들으면 괜히 썼다 난 1초라도 더 살고 싶어 후회해.. 싶으면 취소할 수도 있냐고 여쭸더니 당연히 가능하다고 하셨다.
잘 죽고 싶다. 그 한 걸음을 오늘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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